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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퀸스 갬빗'은 남성의 스포츠로 자리 잡았던 체스판을 휩쓸었던 여성 챔피언의 이야기입니다.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실제 여성 챔피언을 모티브로 삼아서 제작된 드라마입니다. 단순히 체스만을 위한 서사라기보다는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진 정치적 성향도 함께 엿볼 수 있습니다. 어떤 시대적 배경을 근간으로 줄거리가 펼쳐지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시대적 배경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중반까지를 배경으로 다루는 '퀸스 갬빗'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이로 인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소리 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마셜 플랜, 베를린 포위와 같은 정치경제적 대립도 있었고, 6.25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과 같은 진짜 물리적인 전쟁도 포함합니다. 심지어 미국과 소련의 대결은 우주선과 우주비행사를 다루는 일에서도 경쟁 구도가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도 미국과 소련의 대결은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옵니다. 베스 하몬이 최종적으로 이겨야 할 상대가 바로 소련의 체스 챔피언 보르고프입니다. 최종 상대가 소련 사람이라고 설정된 것부터가 정치적인 대결까지의 양상을 시사하며 체스 대결이 단순히 그냥 스포츠만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려운 설정이 깔립니다. 마지막 대회 또한 모스크바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시합장은 공산국가 분위기의 무채색으로 강조했고 소련 선수와 미국 선수가 다 같이 전략을 짜내는 것도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인 분위기는 체스라는 스포츠 외에도 더 보입니다. 고아원의 아이들을 더 쉽게 통제하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장면은 사실 시대적인 장치를 암시합니다. 약물로 인해 체스 능력을 얻게 된 베스는 어릴 때부터 체스 선수로 훈련받은 소련의 선수와 대화하는 장면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사회 전체의 분위기로 인해 체제와 상관없이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고, 체스 게임으로 베스 하몬이 겪어야 했던 외로움과 우울감과 같은 개인사를 투영합니다.

    2. 줄거리

    베스 하몬이 남성 중심의 체스 세계에 도전장을 내미는 서사로 전개됩니다. 어린시절 자동차 사고로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가슴 아픈 유년시절이 시작됩니다. 고아원에서 자라게 되면서 우연히 지하의 관리실에서 홀로 체스를 두고 있는 관리사와 체스를 두게 됩니다. 관리사 샤이벌은 베스 하몬이 심상치 않은 능력을 가진 것을 파악하고는 체스의 전략서를 건네주고 인근 고등학교의 체스 동아리 자리를 알선해 줍니다. 선생님은 단번에 베스의 비범함을 알아채며 고등학교 학생들 12명과 동시에 체스를 두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그리고 단숨에 모든 학생들을 제압합니다. 지하실에서 종종 체스를 같이 두며 실력을 쌓아가던 베스는 어느덧 입양되었지만 새로운 곳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체스 대회에 나가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고 안정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꾸준히 강제로 복용시켰던 안정제의 의존도와 부작용이 점점 심해지면서 경쟁을 그만두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아쉽게도 보르고프의 챔피언 자리까지는 오르지 못하다가 베스 하몬은 결국 보르고프를 최종적으로 물리치며 세계 챔피언의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련에서 길을 걸어가다가 공원에서 할아버지들이 체스를 두는 것을 구경하다가 챔피언인 베스를 알아본 할아버지들과 체스 경기를 두며 경쟁아 아닌 즐기는 삶을 살아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3. 용어 설명

    동양에서는 대표적으로 장기를 두고 서양에서는 체스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체스는 총 64개로 나뉜 체스판-체크보드에서 16개의 말을 가지고 상대방의 킹(King)을 잡아서 경기를 이기는 게임입니다. 드라마 제목인 '퀸스 갬빗'은 사실 체스의 용어입니다. 퀸스 갬빗에서 퀸은 체스에서의 퀸과 킹을 나타내는 바로 그 '퀸'의 말을 뜻합니다. 갬빗(Gambit)은 '수'를 뜻합니다. 바둑과 같이 체스에서도 경기를 하면서 수를 놓는다는 표현을 쓰는데 여기서 '수'를 뜻하는 표현입니다. 체스에서 갬빗이란 선수가 나중의 이익을 대비하여 자신의 말을 희생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게임 초반에 서로 이점을 얻어내기 위해 싸우는 오프닝 중의 한 게임 방식으로 첫 수에 해당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두 개의 폰(pawn)을 차례로 전진시키면서 상대의 폰과 교환하며 희생하게 됩니다. 이로인해 퀸이 나아갈 길을 만들어내면서 체스의 오프닝 전략을 의미합니다. 이런 퀸스 갬빗은 베스가 가장 즐겨하며 자신 있어하는 경기 방법으로 공격적인 수를 즐기는 베스를 대변합니다. 이와 동시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체스라는 스포츠 무대를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타고난 천재성으로 앞서 나가는 베스의 타고남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체스보드에서 가장 강력한 말인 퀸은 베스의 강력한 존재를 대변하는 상징성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