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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의 대표적인 드라마로 꼽히는 '비밀의 숲'. 이 드라마에서 조승우는 황시목 검사 역할을 맡으며 감정 없이 한없이 냉철하고 정확한 검사로 나온 반면 '신성한, 이혼'에서는 변호사로 또 다른 법조계에 종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조승우의 또 다른 대표 드라마 작이 될 수 있을지 '신성한, 이혼'에 대해 탐구해 봅니다.
1. 기획 의도
이혼이라는 단어는 참으로도 무거워야 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이혼 가정이 의례 없이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돌싱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이혼은 참 꽤나 가벼워진 말이 되었습니다. 결혼이라는 신중함만큼, 어쩌면 새로운 가정이 생긴 다음의 일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할 이 두 글자가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는 가벼운 안주거리처럼 다가가기 쉽습니다. '신성한, 이혼'이라는 드라마는 이 시대의 다양한 이혼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가벼운 안주거리 정도로 이혼하게 되는 경우들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이혼 그걸 왜 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는 그들의 속사정을 알 수 없습니다. 참고 살 수 없을 정도의 고통 속에서 괴로워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하는 이혼이 있다면 바로 '신성한, 이혼'에서 보여주는 가정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변호사로 나오는 신성한이라는 인물은 이런 이혼을 흠결 있는 여성의 편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무고한 여성이 아닌 흠결 있는 여성이라는 점이 그간의 다른 이혼을 다루는 주제와 다른 차별성이 있습니다. 흠결이 있지만 부당한 과잉 비판은 피해야 하는 그런 여성들의 편에서 이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도덕적으로 비판받을만한 사람들이지만 이혼의 판결 앞에서는 그 잣대가 아닌 현실적인 개인의 가정사에만 치중하여 판결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냅니다.
2. 웹툰과 차이점
드라마 '신성한, 이혼'은 동일한 이름으로 웹툰이 원작입니다. 가장 큰 원작과의 차이점은 바로 두 명의 친구들입니다. 원래는 없던 친구들이 드라마의 유쾌함과 재미를 더해주는 양념 같은 역할로 등장합니다. 너무나도 평범하게 쇼핑몰에서 김치 하나를 주문해서 동등하게 김치를 나눠 가져가는 모습은 어쩌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라 정겨움을 선사합니다. 또한, 신성한 주인공 자체의 캐릭터 또한 원작과 꽤나 다릅니다. 고시가 있던 시절 마지막 고시로 변호사가 된 설정은 같지만 드라마에서 비치는 능청스러움이나 캐주얼한 의상 또한 원작과 다릅니다. 음대 교수였으며 피아니스트를 겸했다는 신비스러운 과거 또한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설정인데 이 설정은 조승우가 직접 기존 작품에서의 냉철한 모습을 버리 좀 더 차별을 보여주고 싶어서 정겨운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제시한 것입니다. 또한, 외도를 한 이서진의 캐릭터가 원작 웹툰과 많이 다른 점도 눈에 띕니다. 원래는 평범한 가정주부의 역할인데 다소 당당하고 화려해진 방송인이라는 캐릭터 설정이 외도를 했음에도 꿋꿋하게 이겨낸다는 느낌을 전달하기에는 불편한 설정이라는 시청자들이 있습니다. 더불어 극 중 이서진 캐릭터가 라디오 DJ 출신이라 그런지 조금은 딱딱하고 꼿꼿한 태도의 한혜진의 연기도 몰입하기 쉽지 않다는 평도 있습니다.
3. 대표 에피소드
필자는 '신성한, 이혼'에서 첫 두 개의 회차에서 마주하게 된 에피소드가 인상에 깊었습니다. 첫 번째 의뢰인은 유명 방송인으로 라디오 DJ를 하고 있는 방송인 이서진입니다. 그녀는 불륜을 저질렀고 상간남과의 관계 영상이 대중에게 유출되면서 남편에게 이혼을 당하게 됩니다. 불륜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아들의 양육권만큼은 가져와야 하는 절박함에 신성한을 찾아가게 됩니다. 남편 측에서는 아이의 존엄을 내세우며 동영상 파문의 불륜을 저지른 이서진은 엄마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신성한은 이에 맞서 디지털 2차 가해를 주장하며 반박합니다. 불륜이라는 해서는 안 될 상처를 준 것은 맞으나 이서진의 남편이 결혼 생활 내내 이서진의 매일 입는 속옷 색깔까지 관여할 정도로 집착과 의심을 하며 목을 조이는 답답함을 주었고, 아들에게 유출된 관계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정서적 학대까지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인물임을 폭로합니다. 이로 인해 이서진은 양육권에 재산까지 분할받게 되고 아빠의 정서적 학대가 엄마의 외도보다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더 많이 끼칠 것으로 판결이 납니다. 외도를 한 여성이 사회적으로 비치기에 좋지 않은 이미지임에도 승소를 하게 되는 설정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심적으로 와닿는 에피소드는 아니었으나, 실제로도 불륜을 저지른 여성이 양육권을 가져가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은 아닙니다.